생활정보/나의 이야기

[스크랩] 시장어귀에서(4)

대구기업 2012. 9. 29. 01:00

시장어귀에는 그 옛날 처럼 지붕이 없다. 다소 질퍽한 길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지 마음이 심란해진다. 소년이로 학난성이라더니, 몸은 벌써 많이 상해져 마음대로 놀리던 내 몸도 삐거득거리는데 이룬 일이 별것 없다. 닭 튀김집을 지날 때 배고픈 차에 통닭 한마리를 뼈도 남기지 않고 먹었던 생각이 난다.

혹 안면있는 분이라도 있나 한 사람 한 사람 유심히 바라보았다. 주인이 그리 많이 바뀌지 않는 재래시장이지만 낮선 사람이 많은 것은 그 때의 사람들이 모두 나이들어 은퇴한 탓인듯 하다.

섵달 차가운 바람에 내리는 가는 빗줄기는 볼과 머리칼 사이에서 김을 피어나게 하고 있다. 이 재래시장에서 고지서 한 장 한장을 고지식하게 돌리던 동료 직원 한 명은 저녁에 사무실로 돌아와 눈물을 쏟아 놓곤 했었다. 통장에게나 반장에게 부탁해 순식간에 고지서를 돌리고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든 우리들 눈에 그리 어리석게 보이던 사람이었다.

벽창호 같던 그도 지금은 어였한 대학교수로 변신하였으니, 고지곧대로 사는 것이 옳은지 융통성을 좀 가지고 살아가는게 좋은지 아직 그 답을 모르는 터이지만, 각자 개성에 따라 한 평생 삶이란 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시장어귀를 돌아나가는 길에서 몸의 반은 차양에 가려 비를 피하고 나머지는 찬비에 젖는다.

나와 신나게 닭다리를 부숴 먹던 세탁소 주인집 앞을 지나며 씨익 웃어 본다.

그래 웃을 일이다. 우리 한 삶을 이렇게 재미나게 산 일도 있었네. 어디 그 뿐이랴. 울고 웃던 그 모든 것이 텅빈 가슴을 채우던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같은 이야기 였으니, 열매를 힘겹게 단 가을 나무처럼 뿌듯한 것이 아니겠는가.

<연작으로 쓰다보니 앞에 것과 일관성을 유지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형식이나 내용보다 내 삶의 한 단면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그것도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 하듯 적어보았습니다. 좀더 다듬어야 작품이 되겠지요. 새해 모두 행복하세요.>   

 

 

출처 : 글빛 문학회
글쓴이 : 대구경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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