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나의 이야기

청도남산

대구기업 2013. 3. 8. 18:52

 

 

세상의 많은 취미가 있지만 산행은 그 뒷맜이 가장 개운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10여년 전에 그 뜻으로 이름 붙여진 산여운도 긴 세월에 지친 탓에 지난해 부터 산행을 뜸하게 하게 되었다.

매달 10년을 이끌어 오신 산대장님과 운영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 날의 추억을 되살리듯 30여명의 많은 인원이 참여한 산행을 하게 되니 다시 만난 사람들이 반갑기 그지 없다.

 

다시 기운을 차려 가기로 한 청도 남산 산행,

서울에도 경주에도 남산이 있다.

마을 남쪽에 있는 산들은 대개 남산이라 소박하게 이름하게 되는가 보다.

그렇게 높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소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다.

산을 넘어면 맛있는 한재 미나리가 우리를 기다리기도 한다.  

화양읍 홍도동으로 들어가 조그만 산사 옆으로 오른다.

홍도골은 청도 복숭아의 원조 마을이다.

남산자락 마을에는 봄이면 복숭화 꽃이 만발하였다.

이 곳 청도 출신인 이호우 시인이 읊은 시 중

"복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라는 구절이 이 복숭아 밭 탓일 터이다.

 

대구 앞산 처럼 마을마다 남산을 향하여 길이 나 있어 오르는 코스가 많지만 이 구간이 가장 빠른 구간이다.

골짜기 마다 땅을 거루고 살아온 청도 사람은 모두 남산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워왔다.

남산은 제각기 자기 뒷산이었던 것이다.

또, 마음은 한 없이 넓어 청도 사람 인성은 부드럽고 맑다. 매일 산과 들을 보며 자라온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겠나.

일행들은 한 줄로 낙오 없이 오른다.

서로 격려의 인사를 나누며 오르는 등산길, 이렇게 배려하는 운동이 따로 없을 것이다.

소나무 숲에서는 치톤피트가 쏟아져 나오고 봄 햇살은 얼어 있는 마음을 녹인다.

산등성이를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오르니 이렇게 편안한 산이 드물다.

 

2시간의 발걸음은 곧 정상에 다달았다.

시간이 너무 빨라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식당에 도착할 형편이니 모두 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정상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한 그루 주목을 폰에 담는다.

바나나와 사과, 쵸콜렛을 먹으며 산 아래 옹기종기 정다운 마을을 내려 본다.

원래 저 마을 들 속의 사람들은 욕심없이 평화로웠다.

명절이면 집집이 돌아 다니며 흥을 돋구던 마을이지만 지금은 고즈녁하다.

 

남산정상을 돌아 삼면봉을 향한다.

부드러운 육산의 단조로움을 조금 피하려는 듯 약간의 바위길이 있다.

밧줄도 드리워져 있어 재미도 있다.

청도의 3개 면이 만나는 봉이어서 삼면봉이리라.

 

선두는 넓은 바위에 도달하였다.

언제나 뒤따라 가기에 급급하였으나 오늘 만은 당당히 선두에 섰다.

나의 체력에 적합한 산행을 하게 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유세무사님께서 하산길 조심하라 한다.

녹은 흙 아래에는 아직 얼어 있어 발이 쭈욱 미끌어진다.

미리 경고를 받고 걸은지라 구르는 것을 겨우 면했다.

인생의 경륜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순간이다.

 

마지막 밤티재를 향하여 내려오는데

오르는 아주머니의 구성진 가락이 들려온다.

세상 시름이 끝 없지만 툴툴 틀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나무와 바위들

남향인 산길은 미끄러워 애를 먹게 한다.

 

전원주택이 마을을 이룬 곳을 지나오니 담티재를 넘어가는 포장길에 닿는다.

젖은 신발을 미나리 씻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 씻는다.

행복하다. 다른 미사어구나 수식이 필요없다. 그냥 행복하다.

 

일행은 모두 버스에 오른다.

지난해도 갔던 미나리집이다. 세월은 이렇게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온 것이다.

목살과 삽겹살이 푸짐한 상을 받으니 고단한 세상살이 속에 받는 최고의 위안잔치이다.

잔을 부딪히며 삶이 이렇게 행복하다.

행복하려면 저 산을 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는 것이다.

방안에서 뒹굴고 있어도 그다지 행복한 것이 아니다.

발품을 팔아 높은 산을 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산을 넘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버스는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낮잠을 부른다.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1시간여만에 대구에 다달았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다.

집에가서 샤워하고 낮잠을 청해야겠다.

 

<산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