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고싶었다. 눈에 파뭍혀 보고 싶었다. 눈보라가 내리치는 채칙을 등짝에 맞아 보려 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서 처럼 로멘스는 없을 것이다.
산여운 일행이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것이 거의 1년만이다.
알이 꽉찬 땅콩처럼 우리를 태운 관광차량은 미명에 찬바람을 가르고 거창, 함양을 거쳐 덕유산으로 내달렸다.
집을 떠나 먼 곳에 갔다 온 사람처럼 산을 대하니 반갑기 그지 없다. 곧 고통의 수련이 시작되겠지만,
출발전에 모두 사진을 찍고 눈의 세상으로 첫발을 뒤뎠다.
발자국들이 발자국을 따라 개울을 건너 산기슭으로 올라 갔다.
몸에서 열이 나는지 여직원들은 한거풀씩 벗어 배낭에 집어 넣는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사방천지가 눈으로 뒤덮이고 개울에는 겨우 숨구멍만 내놓은 채 얼음도 눈에 덮혀있다.
가벼운 눈들이 모여 넘어뜨린 노송을 들여다 본다. 나이테의 수가 100개를 넘겼지만 눈도 뭉치면 얼마나 무거운 존재인가 보여주려는 듯이 길을 막고 누워있다.
개울의 물을 머금으며 쑥쑥 커올랐을 소나무는 뿌리의 힘을 생각하지 않고 하늘로 자랐던 탓에 뽑혀진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나무에게도 자중하기가 어렵고 사람에게는 욕심을 버리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 우리는 먼데를 갔다왔어.
컴퓨터의 댓글을 뒤지며 대통령을 뽑는 선거열기가 있었고
카톡으로 애니팡을 하면서 이사람 저사람 불러 세우기도 하였다.
사무실에는 일에 파뭏혀 각박한 삶을 하소연 하기도 했다.
욕도했었고 다른 사람에게 눈을 흘기기도 하였다.
그러니 우리는 돌아와야 했다. 이 자연으로
온산에 펼쳐진 사슴뿔의 장관 속으로
마른 나무에 한가닥 생명으로 빛나는 겨우살이를 바라보며 입김을 내뿜는다.
1시간이 지날즈음 재가 나타났다.
이 산을 넘다들던 재라고 생각하니 옛 사람들의 발자취가 보이는 듯 하다.
쵸콜렛을 물고 구름에 덮힌 산하를 본다.
함께 하였던 수많은 동료 직원들이 떠올랐다.
사람은 이렇게 변하는데 산은 그 때 그대로 이구나.
중봉으로 가는 길에는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쳤다. 바위가 하얀 벽이 되어 있을 정도이니 지나가는 사람의 심장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사람이 급사 한 곳이란 팻말이 지나는 길 몇 군데 세워져있다.
세찬 바람에 시린 눈에서 눈물이 난다.
주목 군락을 만난다.
금새 기분전환이 되어 사진 찍기에 바빠졌다.
강한 바람과 눈보라를 맞아야 제대로 단단하게 자라는 주목처럼 되어보자고 마음을 다 잡는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일행은 계속 앞으로 갔다.
향적봉 대피소에 다달았을 때에야 먼저 상을 차리고 있는 일행을 만났다.
손이 시려 젓가락질 하기 어렵지만, 밥은 맛있다.
향적봉까지는 100여미터라 쉽게 오르려니 하였지만
마지막 고비는 가팔지기 그지없다.
봉우리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진 한 장 찍을 틈을 찾지 못하고 설천봉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신대장님의 수고는 끝이 없다.
먼저 온 일행이 리조트 휴게실에서 커피와 오뎅으로 호사를 누리는 동안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추운에 수고가 많으시다.
스키어들이 멋을 부리는 동안 우리는 곤돌라에 올라 앉았다.
산여운 등산일정 중 최고의 호사를 즐긴다.
온고이지신, 옛 추억을 거울삼아 우리의 산행은 더욱 새로워 지리라.
<산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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