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쿤밍에서 새벽비행기로 리장에 다다라 곧바로 운남성 금사강으로 향했다.
하늘에 다을듯한 두 산맥사이로 강은 붉게 흘러 내린다.
가랑비가 행인의 옷자락을 적시는 동안 버스는 다리를 건너 샹그릴라로 들어선다.
옛 티벳땅 지금은 운남성으로 편입된 곳이다.
나시족이 이 산을 넘어가고 티벳 족속이 산을 넘어오던 차마고도의 시작점이다.
문명의 이기가 없어도 지상낙원이라 그들을 일컬어며 저들이 최고의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물론 추락한 영국 사내도 Lost horizon(일어버린 지평선)이라 했었다.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고 산행 기점으로는 빵차를 탄다. 식방 모양의 조그마한 승합차를 타고 계곡을 따라 오르는 차마고도를 달린다. 길옆에는 폭포수가 떨어지고 먼 산에는 잔설이 백발을 이루고 있다. 호도협, 호랑이가 뛰어 건넜다는 깊은 계곡의 장엄함에 마음은 더욱 엄숙해진다.
차마고도 들머리에 이르러 옷을 고쳐 입는다. 들머리에 마방이 있고 나는 벌써 저 말의 등짝을 빌릴까 유혹을 받는다. 일행이 모두 걸어가니 눈앞에 아득한 경사길을 힘겹게 걸어 갈 수 밖에 없다. 저 말들이 그 옛날의 역사를 남기고 있다. 차를 등에 가득 싫고 처벅처벅 험산준령을 넘어 갔을 저것들은 지금 관광의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에델바이스, 설악산 수학여행때 귀한 꽃으로 대접받던 그 꽃이 걸음걸음마다 호젓한 얼굴로 반긴다. 사운드오브뮤직의 선율이 귓가에 맴돌아 흥얼거려 본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에브리모닝~” 8월말 한여름이지만 가을 날씨이다. 아쉬운 것은 우기인지라 수시로 비옷을 벗고 입기를 하니 약골에게는 힘들기 그지없다. 폭포가 산위에서 아래 협곡으로 물을 뿌려대는 아래 길의 돌다리를 조심조심 걸어가다. 아래 계곡을 바라보곤 두려운 마음에 물에 빠졌다.
초반 30여분의 깔딱고개를 오르니 평지가 두어시간 이어진다. 산대장의 배려로 보통 산행의 역방향을 선택하여 할결 수월하다. 초반에 28밴드의 가파를 길을 만났다면 하루가 괴로웠을 것이다. 계곡 건너 설산은 장엄하기 그지 없다. 이 세상 조그만 일에 얼굴을 붉힌 내가 부끄럽다. 별것 아닌 일에 마음병을 않는 나의 소심함을 버리자. 이 여행이 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기를 바란다.
비탈진 초원에는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고원지대라 쌀 농사는 되지 않아 산기슭 다랭이 밭에는 옥수수가 튼실하게 익어가고 있다. 나시족 목동은 바위에 올라 앉아 먼데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아, 저 마음의 평화가 우리의 것이 되길 빌어본다.
상그릴라는 어떤 것을 보여 주려 할까.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지만 부분적으로는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 삶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차마고도, “고진감래”를 뼈에 사무치게 체득하게 해줄 것이다.
평평하고 편의시설이 잘된 도시를 물리치고 이 비탈진 곳에 돌을 쌓고 기와를 올려 집을 지은 사람들은 우리가 갖지못한 그 무엇을 가졌으리라.
길가 산초나무에서 산초를 따는 나시족 한가족과 마주쳤다. 호기심 많은 문박사와 나는 빠알간 산초 한알씩 베어물고 나서 입안을 불태우는 산초향에 몸서리 친다. 잘 웃지 않는다는 나시족은 재미있다고 웃는다. 행복한데도 웃지 않는 그들, 세상사 조금 좋다고 헤헤거리고 조금 못하다고 질질 짤 일도 아니니 그들이 삶을 초월한 자들인가 보다.
중도객잔, 앞서가던 그룹을 만나 간식을 먹고 화장실 볼일을 보고 잠시 짬을 내어 그네 의자에 앉아 본다. 다시 다음 길을 찾아 발길을 재촉한다. 산기슭을 타고 도는 여유로운 트레킹이다. 완주를 하려는 그룹은 멀리 사라지고 한량들은 사진을 찍어며 여유를 부린다.
구름은 느리게 산을 넘고 옥룡설산의 치맛자락에는 폭포가 흘러내린다. 나그네는 쉬엄쉬엄 길을 재촉한다. 차마객잔을 멀리 바라보며 오늘 고생길은 이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시족의 일하는 모습은 우리 시골의 농부들과 별 다르지 않다. 이 산의 품에 안겨 미미한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듯한 얼굴들이다.
차마객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린다. 단체 사진을 찍고 한 잔 술과 김치 한 조각을 먹는다. 모두 행복한 얼굴들이다. 짜증나고 힘든 것은 다 내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다. 아아 즐거워라 남들은 1박2일가는 길을 하루에 가도, 긴 행군도 숨가픈 등산길도, 비에 젖어며 걷는 것도 행복하기만 하니, 이 산속 어디에 한정되어 숨어 있는 곳이 낙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고통도 도가 지나치면 상처를 줄 것이니 체력이 달리는 무리들은 빵차를 타기로 하였다. 이정도 몸을 괴롭혀서 득도할 수 없는 고수들은 다시 3~4시간 수행을 더 하리라.
다음 편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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