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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폭설 속의 기도

대구기업 2012. 9. 29. 00:51

 

폭설 속의 기도

 

이종욱

창너머 짙푸른 전나무 가지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다.

최근에 이만큼 많은 눈이 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도로가 불통이 되고 일터에서는 일을 못하여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지만

나는 펑펑 퍼부어 대는 눈이 좋다.

이렇게 마음을 들뜨게 하는 눈이지만 눈에 대한 뼈져린 추억도 함께 있다.

 

어린시절 고향에선 눈이 많이 내렸다.

대여섯 살 때, 어느 겨울이었다.

삼촌은 허리까지 눈을 소복히 맞으며 헛간 옆의 마당에서 기도를 하였다.

나의 아버지인 형님의 병을 낮게 해달라고 온 종일 눈을 맞으며 기도 하였다.

 

하나님의 계획이 어떤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기도는 응답되지 않았다.

의과대학 본과 졸업반에 얻었던 아버지의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몇일간 퍼붔던 눈이 멈추고 밀가루 같던 눈에 짓눌린 대나무들이 드러눕던 날부터

상심한 삼촌은 더이상 기도하지 않았다.

 

세상을 비관하며 읍내에 나가 술로 시름을 달랬다.

불콰한 얼굴로 밤늦게 돌아와 언성을 높이는 삼촌이 무서웠다.

어린 나는 영문도 모르고 두려움에 떨면서 구석에 쳐박혔다.

참새들이 쳐마에서 잠을 자는 고요한 밤에 삼촌은 나를 껴안고 울기도 하였다.

 

창너머 남녘 내 고향 산위에도 눈이 쏟아진다.

아직, 숙부님은 믿음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권사가 되신 숙모님과 자녀들이 신앙생활 잘 하기를 바라시면서도

교회로 발길을 돌리시길 주저하신다.

연세가 일흔을 너미고 팔순을 향한 그 분이 들판을 뒤덮은 눈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위하여 깊은 기도를 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이세상의 일보다 천국의 소망이 우리에겐 시급한 것이기에 말이다.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다 말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마포처럼 아프고 상한 심령들을 조용히 감사며 내리는 눈을 보며

하나님의 마지막 계획은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기를 기도한다.

<옥토>

 

 

 

 

 

 

 

 

 

출처 : 옥토사랑
글쓴이 : 이집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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