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이종욱
가을은 깊어가고 추수감사절이 다가온다. 넓은 들 금빛 물결 속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밀레의 그림 앞에서 경건해진다. 도시 생활 속에서 감사해야 할 것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삶 속에서 얻은 많은 것이 추수와 같은 것일 터이다.
시험공부 중 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었다. 차마 뭐라 말은 못하고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늪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준 분도 많고, 목사님은 점심이나 저녁을 가지고 도서관까지 찾아와 격려 해주었다.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몸이라지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온 터인지라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도 못했다.
성격이나 살아온 환경이 어떠하였든 간에 찬바람이 쌀쌀 일어나는 눈매에 대해 이해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미움을 사기에 알맞은 성격이니 대가도 적지 않게 치르고 살았다.
언제나 세상이 외면한다는 생각으로 누에고치 속 번데기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
어릴 때 고향 5일장에는 고슴도치를 앞세우고 약장사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조그만 막대기가 그 짐승을 치면 침을 가득 세운 동그란 공이 되었다. 침으로 무장한 쇠공은 좀처럼 몸을 풀지 않았다.
아마도 그 때 즈음 나도 그랬다. 어른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 가슴을 한껏 말아 넣어 쇠공이 되었다. 칭찬의 말을 들어도 온 몸에선 침이 쭈뼛쭈뼛 돋아나곤 했다.
더벅머리 청년이 되어서도 한 마리의 고슴도치였다.
이런 삶속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게 된 것은 교회 청년회에 출석 하면서였다. 환한 미소 가득한 얼굴로 진심으로 반겨주는 남녀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 앞에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웅크리는 습성은 조금씩 고쳐졌다. 더불어 거기서 아내도 만나게 되어 마음 놓고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생겼으니 가시를 돋우는 일은 차츰 줄어들었다.
속에 있는 가시를 완전히 감추기에는 본능이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나도 모르게 가시가 얼굴과
가슴에 돋아나 있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도 문득 돋아난 이 가시를 보고 무안한 얼굴이 되곤 하였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내 몸의 가시를 언제나 뽑을 수 있으려나.
가시를 감춘 나의 기도는 정수리를 때리고 나의 감사도 헛되다.
가을 단풍은 눈물 나게 아름답고 한 해 얻은 수확도 풍성 하건만 오히려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지금 어떠한 모습이든 개의치 않고 이 흉한 것들을 순하게 빗질하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옥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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